작품소개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가자미눈이네.”
12년 만에 만난 솔우도 여전했다.
여전히 그 달동네를 좋아하고, 여전히 오지랖이 넓고,
궁상맞아 보일 정도로 알뜰한 그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그가 끼니때마다 끼니를 묻고,
약은 잘 챙겨 먹는지 쉬는 날엔 무얼 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자꾸 물어 온다.
누군가와 이렇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가.
햇님은 저를 꾸미지 않고서 말을 하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트라우마와 같았던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있어 보이고 예뻐 보이는 것에 집착해 스타 에어라인의 간판 승무원이 되었다.
사랑길보단 금길 돈길 인생을 살리라 다짐했었건만,
돈이 없으면 다 필요 없고 쓸데없는 건데……
사랑도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이제 햇님은 이런 것들이 싫지가 않다.
그 구질구질한 달동네를 좋아하고, 제 치부를 알게 되고,
그러고도 말없이 이사 가 버렸던 차솔우를 어느덧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