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성큼 다가온 이준이 머그잔을 가져가 세탁기 위에 놓았다.
단번에 그에게 손이 잡혔다.
그녀를 세탁기에 밀어붙이면서 이준이 속삭였다.
“너무 빠른가요?”
뭘 할 거냐에 따라 다르지.
공원에서 이준이 볼에 남긴 인사가 참 좋았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입맞춤이었다.
거기서 표현이 조금 더 짙어진다면 어떨까.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면 서린 씨가 싫어할까 봐 겁나요.”
이준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은은한 바닐라 향이 났다.
뉴욕에서 받은 스웨터에 배어 있었던 것과 같은 향이었다.
서린은 이준의 턱에 입을 맞췄다.
이준의 목울대가 크게 흔들렸다.
“저는 입히는 게 취향인가 봐요.”
“네?”
“뉴욕에서 서린 씨가 제 스웨터를 입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제 옷을 입은 서린 씨 보는 게 좋아요.”
단정한 입술 사이로 따뜻한 숨결이 흩어졌다.
“다른 것도 입히고 싶어져요.”
커다란 손이 그녀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세탁기를 짚었다.
너른 가슴이 가까워지고, 다른 손이 올라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