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이름을 부를 수 있기 전에 알았던
꽃처럼,
지금 그대를 기억합니다
사라진 약혼자를 기다리며 글을 쓰는 작가 예신.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나타난 화가 한준은 단조롭던 삶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순간, 예신은 과거의 사랑이 멀어져감을 깨닫는데…….
“예신 씨. 당신을 그리고 싶은데, 모델 해줄래요?”
“싫어요. 그림 속에 갇히기 싫어요.”
예신의 거절은 명료하고 확고했다. 자신의 담담한 목소리가 때로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긋는다는 것을 이 여자는 알까?
“파스텔로 그릴게요.”
“파스텔로 그리면 뭐가 다른데요?”
“파스텔화 그릴 때 난 고급 중성지 쓰고 보호제 뿌려요. 하지만 예신 씨가 원하면 그냥 종이에 그려서 보호제도 안 뿌릴게요. 빛에 변색되고 습기 타서 조금씩 사라지는 그림이 될 거예요. 그럼 예신 씨가 그림 안에 갇히는 건 아니겠죠?”
“사랑이랑 같겠네요, 그런 그림은.”
“어째서요?”
“시간에 닳으니까요.”
* 본문에서 “ ”는 한국어, 『 』는 영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