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났던 ‘정담’과 ‘지호두’가 다시 만난 건 20대의 끝자락.
사람들은 직접 본 것을 믿지 않고, 자신들이 봤다고 생각한 것을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도 이것이 해당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
“물어본 내가 바보지. 내가 등신이지.”
주차를 끝낸 담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호두가 어떻게 자신을 위로해줄지 알고 싶었던 호기심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호두의 말이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
‘……가슴 만질래? 이 말 해주면 눈물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 해서.’
얄미울 만큼 싱그러웠던 호두의 얼굴을 떠올리며 담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말로만 세상에서 제일 야한 지호두!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이 수모는 절대 잊지 않겠어. 기다려라! 내가 주먹을 물고 눈물을 줄줄 흘릴 날을. 정담의 통곡과 오열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할 날을!’
***
휴식할 곳을 찾아 발버둥을 쳐온 호두에게 나타난 작은 불빛 하나. 약하고 약해서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줄 알았던 일렁일렁 흔들리던 불빛. 그 작은 불빛이 어느새 호두를 채우는 따뜻한 우주가 되어 있었다. 지금껏 호두를 감싸고 있었던 것은 작다고 생각했던 그 불빛이었다. 그걸 알게 된 호두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담이가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집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