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배경/분야 : 현대물
* 작품 키워드: 운명적 사랑, 초월적 존재, 다정남, 상처남, 짝사랑남, 대형견남, 상처녀, 애잔물, 힐링물
* 남자 주인공 : 신-깊은 산 속에 있는 동굴에서 숨이 끊어졌던 남자. 모든 기억과 감정을 지워버린 ‘무(無)’의 상태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 여자 주인공 : 이유-어머니의 죽음으로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에 내던져진 소녀.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지만, 고된 삶을 묵묵히 견딘다.
* 이럴 때 보세요 :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생긴 애정결핍,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소통하는 법을 잊어야 했던 마음, 못 가진 하나까지 가지고자 하는 욕심. 이 감정들이 폭발하는 곳에서 발견한 따뜻한 뱀파이어와 차가운 여자의 사랑 이야기.
* 공감 글귀 : “인간은 신보다 악마의 존재를 먼저 알았다고요. 그 악마가 무서워 그들을 구원할 신을 만들었고, 죽음이라는 게 무서워 천국을 만든 거라고 했습니다.”
【책소개】
이유
태어난 건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생의 매듭만큼은 내가 짓고 싶었다.
선명한 빛으로 가득한 내 인생이 검은색으로 바뀌기 전에.
그도 그럴 것이 유의 인생에는 사랑과 우정, 희망이 아닌 생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애정을 학대로 대신한 어머니 탓이었을까.
가족이 아닌 다른 것에 매혹된 아버지 탓이었을까.
따뜻한 가정에서 내쳐진 유에게는 잔혹한 현실만 있었고, 그 현실과 맞서 싸운 대가는 처절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 뒤에 찾아올 안식이 더 기다려졌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다.
살아야 한다.
그 남자가 유에게 원한 건 이것 하나뿐이었다.
유가 그를 만난 건, 자유를 얻은 날이었다. 싱그러운 향기를 가득 머금은 그를 마주 안고 유는 간절히 빌었다. 살아가는 데 이유가 없다면, 죽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를. 그 이유가 이 남자가 되지 않기를.
***
‘태어난 게 내 선택이 아니었다면 그 반대는 내가 선택할 거야.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면 그 굴레를 내가 부숴버리겠어.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오늘 내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유는 깨진 유리컵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의 살갗을 파고든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시리도록 섬뜩했다. 제 손에 흐르는 선명한 붉은 피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소원 하나만 들어줘. 제발 한 번에 죽도록 도와줘. 나를 죽여줘. 이러려고 지금까지 버텨온 게 아니야. 이러려고 지금까지 악착같이 살아온 게 아니야!’
***
왜 이렇게 유의 삶은 고단하기만 한 겁니까.
왜 유에게는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겁니까.
왜 유에게는 단 하나의 행운도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까.
왜 유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주신 겁니까.
왜 유에게 욕심이라는 걸 주지 않으신 겁니까.
왜 유에게 사랑이라는 걸 전하려 할 때마다 그게 화살이 되어 박히는 겁니까.
이 모든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