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수줍었던 짝사랑, 그리고 비틀린 재회
열일곱 살 때 열병처럼 짝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은호는 그럭저럭 이겨 낼 수 있었다. 언제까지 너덜너덜해진 상처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일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우연히 그와 함께 일을 하게 됐을 때, 그에게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차가운 말들을 들어야 하는 건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과 이 회장의 관계를 오해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 책 속에서
"왜……."
은호는 마치 그에게 따귀라도 맞은 듯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키스를 한 이유는 너무나 분명했다. 자신을 무시한 은호에게 벌을 주고 싶었으리라.
"나한테 사과 따위 기대하지 마. 잘 들어, 서은호. 오늘 봐서 알겠지만 내가 하는 일은 회사의 미래가 달린, 극비 중의 극비에 속하는 일들이야. 그렇기 때문에 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게 모든 면에서 성실하기를 원해."
해준은 냉정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그래서 지금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날 해고하겠다는 말인가요?"
정신이 나갈 만큼 아찔한 키스를 퍼붓고 나서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차가운 얼굴로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녀의 떨리는 질문을 싹 무시한 그는 성큼성큼 책상 앞으로 돌아가더니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이, 이걸 어떻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이모의 유품. 은호는 한달음에 책상 앞으로 다가가 제비꽃 모양의 귀고리 한 짝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해준의 단단한 입매가 일그러졌다.
"1년 전 서진 호텔 로비."
은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
"난 믿을 수 없는 직원과는 함께 일하지 않아. 다시 한 번 실망시킨다면 그 땐 정말 가만 있지 않을 거란 걸 명심해 둬, 서은호!"
* 이 전자책은 2007년 출간된 <하늘빛 유혹>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