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여 지긋지긋하게 얽히는 그와의 사이는 나리에게 늘 최악이었다. 그만 좀 떨어지게 해주세요. 하늘에 빌고 빌어도 늘 그와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제 송시우 라는 이름만 들어도 절로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넌 내가 싫냐?"
그럼 좋겠냐? 나리는 속으로 악에 바치듯 질렀다. 대체 넌 왜 이렇게 나랑 매일 꼬이는건데.
"말해봐. 싫냐고."
"그걸 왜 묻는 건데."
"중요하니까."
"왜 중요한데?"
시우가 멈칫 하더니 책걸상에 걸터앉아 나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째깍, 째깍. 교실 안에 있는 시계만이 그들 사이를 맴돌았다. 나리는 그가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몰라 미간을 좁혔다.
"너는 나랑 무슨 사이라고 생각 하냐?"
"친구 사이..?"
웬수 사이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웃기고 자빠졌네. 난 너랑 친구 하기 싫어."
"그, 그럼 뭐하고 싶은데."
시우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작은 파장을 일으키듯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교실 안을 울렸다.
"사귀자."
그 말이 나리의 귀를 후벼 파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들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