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에겐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듯, 그대에겐 그대가 해야 할 일이 있겠지요. 같은 길일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소.’
“신첩이 궁금한 것은 그것이 아니옵니다. 제가 연의국에 도착하기 이레 전에 원비를 들이셨다지요. 그것도 신첩과 가례를 올리기 직전이니까요. 어찌 그러셨사옵니까?”
“그에 관한 건 말하고 싶지 않소.”
“말씀해 주시옵소서.”
시작은 원비로 시작했으나 점점 그녀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신첩을 적이라 여기셨기 때문이옵니까? 그리하여 신첩을 그리 박대하신 것입니까?”
“기어이 내 입으로 답을 들어야겠다면 해드리지요. 그래요. 그대의 말이 맞소. 그대는 내게 적이고 나를 감시할 기의 수단이었지요. 해서 그대를 고단하게 하고 싶었소.”
“어찌……. 신첩을 보고 반갑지 않으셨사옵니까. 신첩의 초상화를 보셨을 것 아닙니까. 전하와 헤어져 있던 시간 동안 신첩이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아시옵니까? 전하께서 그날 잘못되시었을까봐, 그대로 헤어져 다른 사내의 아내로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에 신첩이 얼마나…….”
‘이제는 그대와 내가 갈 길이 다르다 해도…… 원망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중전,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그대가 가장 그대다울 때는 웃을 때입니다. 도성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좋아하던 것처럼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