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까칠남 한빛을 외면하는 그녀, 고소금
소심녀 소금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는 그, 강한빛.
겨우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뜻하지 않는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심장의 두근거림은 점점 더 커져갔다. 소금은 자신의 심장 소리를 한빛이 듣지 못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이사님?”
일부러 말꼬리를 높이며 소금은 그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말없이 소금의 행동을 지켜보던 한빛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소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님, 제가 할 일이 있어서요, 잠시 비켜주시겠어요?”
탕비실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여자 직원 두 명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커다란 덩치의 한빛이 떡하니 중앙을 차지하고 있으니 소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금이 왼쪽으로 몸을 틀자, 한빛의 몸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일순, 소금의 이마에 내천 자가 그려졌지만 그녀는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고 한빛은 다시 왼쪽으로 움직였다.
분명, 진로방해였다. 소금은 머리를 약간 쳐들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빛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왜 이러세요?”
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좁은 공간, 두 사람의 숨소리가 서로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박 대리랑 결혼이라도 할 건가?”
한빛이 내뱉은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알아챈 것도 잠시, 소금은 화가 치밀었다.
“대답해야 하나요?”
“물론.”
“왜요?”
잠시 침묵이 잦아들었다. 왜라, 한빛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녀의 손에 자리한 반지가 보기 싫었다.
“글쎄, 관심이라 해두지.”
“그런 관심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진심이었다. 이미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 그저 같은 학교를 나오고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을 같이 장식한 사람이라고는 해도 다 큰 성인인 이상 괜한 관심은 받고 싶지 않았다.
소금은 몸을 틀어 그에게 닿지 않도록 노력하며 탕비실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갑자기 뻗어오는 강인한 악력에 의해 그럴 수 없었다.
“소금아.”
애절함이 담긴 한빛의 목소리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고소은입니다.”
소금은 고집스럽게 한빛에게 불린 자신의 이름을 정정했다. 순간, 한빛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마치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소금이 아닌 소은이라는 다른 사람이므로 곁에 오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화가 났다.
“놓지 말라고 했잖아.”
심장이 지끈거렸다. 지금 한빛은 소금을 책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소금은 화가 치밀었다.
“놓지 말라고? 하, 누가 놨는데?”
어느새 소금은 손목의 시큰거림을 잊은 듯 원망 가득한 눈으로 한빛을 쏘아보고 있었다. 잊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이제야 마음 접고 새로운 사랑을 하려는데 나타나서는 마음을 흔드는 그가 원망스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