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있다가 없으니까, 심심해서.”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전남편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면서 재결합을 요구해 왔다.
은조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에게로 다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이혼 같은 거 없어.”
죽을 때까지 끔찍한 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영원히 지시헌 곁에 묶여 있어야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과거의 은조는 시헌이 욕구를 풀 수 있는 수단일 뿐이었다.
재결합을 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흐읍.”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억누르기 위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반응을 하는 즉시 욕구만을 채우는 남편과 똑같은 인간으로 비칠 것이다.
그럼 그는 멋대로 이런 오해를 할 것이다.
결국 너도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욕망을 채운다고.
단언컨대 그와 재회한 후, 단 한 번도 관계를 갈망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가 파고드는 순간에도 그녀는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애썼다.
‘난 당신과 달라. 난 당신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