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오늘, 나는 내 남편과 두 번째 결혼을 한다.
그가 증오하는 황가의 딸이 되어서.
***
착한 척, 연약한 척, 불쌍한 척.
독자에게 빡침 3종 콤보를 달성하는 빙썅 악녀 가브리엘라 나시렛에 빙의했다.
그리고 나는 악녀답게 결심했다.
‘원작? 알 바인가. 탱크로 밀자.’
원작무새가 아닌 나는 우선 원작과 관계없는 남자에게 계약 결혼을 청했고,
원작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서 아예 벗어나 버렸다.
그렇게 남편과 보낸 3년은 제법 달콤했다.
비록 내 죽음으로 끝나 버렸지만.
한데, 다시 깨어나 보니 나를 죽인 적대 세력의 딸이 되어 있다?
그것도 형제들에게 호시탐탐 목숨을 위협받는 백치 황녀, 피오니 화른 이소데이엄으로!
‘일단 살아남으려면 천진난만한 척 연기를 해야만 해.’
그런데 원작의 빙썅 악녀 포지션으로 살아 봐서일까?
철없는 연기로 남의 혈압을 올리는 게 너무 쉬워서 조금 자괴감이 든다.
‘이거 이렇게 자연스러워도 되는 건가…?’
***
“당신이 애인을 둬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 후회 안 해요?”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장교 중 괜찮은 사내들이 꽤 있으니 선택하시면 침실로 보내 드리지요.”
낮에는 이렇게나 차가운 남편이,
“나는 아내를 두고 수절하는 머저리는 아니야.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나?”
‘아, 너무 잘 알아서 문제인걸…….’
꿈속에선 이렇게 달콤하다.
내 입술을 엄지로 느른히 문지르며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대하는 듯한 표정,
꼭 처음 사랑에 빠진 사내같이 나만을 담는 열렬한 눈빛.
심장이 내려앉을 것처럼 뛴다.
나, 노력할 거야.
당신이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