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무슨 이유 때문에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했냐고. 이설아가 품은 내 아이 때문에?”
그가 집무실 안을 소름 끼치도록 낮은 저음으로 갈랐다.
그 순간, 뇌리에 꽂는 말에 심장이 밑도 끝도 없는 차가운 지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질 나쁜 소문만 무성한 그와 파트너로 지낸 것도 몇 달.
결혼도, 심지어는 아이란 존재도 불순물이라 여기던 그였다. 그러니, 무조건 이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하, 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무슨 아이를, 아이를 가졌다고 그러세요!”
땅이 꺼지고, 참담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속이 들끓는다.
그러면서도 폐부로 한기가 관통해 달달 떨릴 정도로 불안했다. 자신의 불안함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근원을 알게 되면서, 눈이 잘게 흔들렸다.
그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눌렀다.
“아까부터 거슬리게 입만 열면 거짓말은.”
막상 자신이 아이를 품었다니 또 다른 소유욕에 불씨가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머릿속에 톡톡히 박듯 단언했다.
“이 애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야.”
“앞으로는 당신이 내 옆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테고. 명심해, 이설아.”
아이를 핑계로 채우는 맹목적인 그의 족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