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서양풍, 판타지물, 선결혼후연애, 복수, 능력남, 직진남, 계략남, 능글남, 다정남, 절륜남, 순정남, 존댓말남, 직진녀, 다정녀, 순정녀, 외유내강, 왕족/귀족, 권선징악, 애잔물, 잔잔물
미래를 보는 이능을 가진 아델라이드.
남편의 외도에 지친 그녀는 이혼 결심을 하지만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은 황족과의 결혼뿐.
이에 아델은 대공 자크 소니에르에게 결혼을 제안한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공작님의 팔다리, 제 덕에 붙어 있는 겁니다.”
미래를 보는 이능으로 자크를 구했던 아델은
황족인 그에게 자신과 결혼할 것을 요구하고
자크는 의외로 순순히 이를 승낙한다.
사랑 없는 결혼이기에
전남편과 이혼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나는 결혼하면 내 아내 외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은커녕 시선 한 자락도 주지 않을 겁니다.”
학대하는 아버지부터 결혼 후 외도하는 남편까지
마음 편히 쉴 곳 하나 없던 아델에게
자크는 기꺼이 그녀의 따스한 집이 되어 준다.
“나에게 더 요구해도 됩니다. 당신에게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니.”
▶잠깐 맛보기
그의 눈이 붉게 타올라 마치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아직 덜 마른 그녀의 머리칼 끝을 손에 꽉 쥐었다. 그는 아델이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도, 또 모든 것을 체념한 듯도 싶었다.
잠시 시선을 맞대고 있던 그가 미끄러지듯 소파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끔찍하게 싫다고 말해.”
뭐가?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숨이 막혀 질문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싫다는 말도 하지 마.”
정교한 작품처럼 아름다운 그의 얼굴에 천천히 어둠이 깔렸다. 자크는 상체를 길게 끌어 올려 여자의 입술을 그대로 훔쳐 물었다. 아델은 표정을 볼 수 없는 남자의 뺨을 느리게 쓸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비틀어 더 깊게 입술을 파고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이 서로에게 넘나들었다.
도대체 당신이 닫아건 수많은 문 뒤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아델은 남자의 마음을 알 수 없어 그의 얼굴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쓰다듬었다.
“나를 원합니까?”
마주친 눈이 촛불을 받아 일렁인다. 묘하고 신비스러운 빛을 품은 새까만 머리, 그에 대비되는 선명한 붉은 눈동자. 그 완벽한 조화에 아델은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만다.
“원합니까?”
연거푸 묻는 남자에게 아델은 먼저 다가가 입술을 맞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 아름다운 남자를 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깊은 키스 뒤에 남은 것이 날카로운 칼날뿐이라도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그를 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닫고 만다.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자크는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가는 여유도 보이지 못했다. 평소보다 거칠고 집요한, 들끓는 밤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