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서양풍, 영혼체인지/빙의, 오해, 재회물, 삼각관계, 소유욕/독점욕/질투, 능력남, 직진남, 집착남, 후회남, 상처남, 사이다녀, 능력녀, 외유내강, 쾌활발랄녀
내연녀와 사귀고 있는 남편을 찾아가던 길,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떠 보니 로판 소설 속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섭납 아드리안에게 집착하다
끔살 당하는 악역 조연 클레어에 빙의하다니?
“어서 저 애를 풀어 줘. 내 방 침실로 데려가.”
“아가씨! 저 더러운 종자를 어디로 데려가신다고.”
“조용히 해, 하녀야. 지금 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고!”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아드리안의 얼굴에 클레어 자신의 이름으로 낙인을 찍고
고통 속에서 불에 타 죽어 버렸는데,
다행히 아드리안의 얼굴이 아직 깨끗하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잘해 줘서
사망 확정 악역 조연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뿐인데…….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가. 클레어, 너는 지금부터 내 거야.”
착한 조연으로 숨죽여 살다가
여주가 등장하는 날 몰래 도망쳤더니
2년 뒤, 대공이 된 아드리안이 날 찾아왔다.
……나 원작 탈출한 거 아니었어?
▶잠깐 맛보기
아드리안에게 빠지는 순간 끔살 루트인 이 소설에서 내가 살아남을 길은 요원해 보였다. 그만큼 아드리안은 집요했다. 내 입술에서 신음 섞인 애원이 나올 때까지 그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제…… 발…… 그만해…….”
그러다 내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닿기 직전 돌연 그가 나를 떼어 냈다. 거친 몸짓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서 조금 물러나자 그는 방에서 나가려는 듯 황급히 몸을 돌렸다.
“아드리안!”
사람을 몰아붙일 때는 언제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매몰차게 나를 버리고 돌아서 나가려는 그를, 이번에는 내가 붙잡았다.
“난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어? 나 집에 가야 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집? 기다리는 사람들? 미쳤군, 클레어. 넌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가.”
“무슨 소리야! 난 어디든 갈 수 있어.”
그가 다시 몸을 돌리더니 내 앞으로 한달음에 걸어왔다. 바쁜 걸음에 비해 지나치게 편안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그가 내뿜는 위압감에 주춤거리며 뒤로 몸을 물렸다.
“아니, 너 클레어 이안스터. 너는 지금부터 내 거야. 내게 그런 끔찍한 기억을 돌려놓고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내 눈앞에서 사라졌지.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왜냐면…… 넌 내 소유니까. 내가 쓰다 버리기 전까지, 너는 내 것이라고.”
그는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말하듯 여상하게 지껄였다. 그런 주제에 눈빛은 또 그리 슬퍼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힘들어 보이는 아드리안의 얼굴로 내 손을 가져갔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화 좀 그만 내. 그러면 너 머리 아파.”
내 손이 그의 얼굴에 닿자 그가 흠칫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얼굴에 붙은 내 손을 거칠게 떼어 내더니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넌 악질이야, 클레어 이안스터. 그냥 끝까지 내게 채찍질이나 해 댔어야 했어. 넌.”
아드리안이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나는 다리가 풀려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 자식, 참 무섭게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