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하나 온몸을 장악한 극한의 흔열에 사로잡힌 열은
아픈 다옥을 배려할 수 있는 정신이 없었다.
“너무, 너무 좋구나!”
“흡!”
“참을 수가 없이 좋아!”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열은 제 안에서 들끓는 사내의 피가
시키는 대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극렬한 아픔을 어찌할 줄 몰라 제게 죽을힘을 다해 매달리는
다옥을 안은 채 앞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 일곱 살 적 까무잡잡한 데다 작고 야위어 볼품없던 계집아이가
낯빛도 희어지고 제법 고운 여인의 느낌을 풍기며 제 앞에 나타났다!
온통 아니 되는 것 천지이고,
해야 할 것만 많은 대군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버거운 열의 가슴에
살랑살랑 연풍이 날아들었다. 고것 참 귀엽단 말이지…….
손 잡으면 안고 싶고, 품에 안으면 입 맞추고 싶더니
이제는 그 정도로는 턱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 참으로 이리할 참이냐!”
“대군마마께서 망측한 말씀을 하시니 그렇지 않사옵니까.”
“이것이 무엇이 망측하여? 마음에 품은 여인의 몸이 궁금한 것이 어찌 망측하여?” “몸만 궁금해 하시니 망측하지요. 자고로 군자는…….”
“누가 군자 따위 한다 하더냐? 나는 그런 것 아니 해!”
열은 저만 이리 안달을 하는 것이 얄미워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화를 내었다.
“네 자꾸 그리하여 보아라. 네가 아니 보여준다면
다른 여인 것 보면 그만이다.
궐 안에서 가장 곱다는 여인 불러 질리도록 안을 것이야.
너는 구경도 못하게 하는 젖가슴 매일 들여다보고, 만지고, 맛볼 것이야.”
이희정의 로맨스 장편 소설 『각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