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미래인 여자, 채윤 그녀의 꿈인 남자, 형주.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짠 인그레이의 서늘함을 닮은 사랑. 혹시 모르겠다, 윤아. 그늘진 눈 속에서 혼자 울고 있던 너를 잊을 수 있었다면, 바들바들 떨면서도 모질게 입술을 물던 너를 잊을 수 있었다면, 내 우연은 우연으로 놔뒀을까? 아니다. 결코 그건 아니다. 그조차 내가 만든 필연인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무엇이 이보다 따뜻할까. 세상의 모든 것은 오로지 이 사람에게서 기인했다. 그래서 채윤에게는 잠들었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문득 문득 슬픔이 스며들었다. 그의 숨이 되고 싶고, 그의 심장이 되어 그렇게 그 안에서 숨 쉬고 싶었다. 이서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인그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