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사랑이었고, 웨딩드레스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등 뒤의 무거운 복수의 날개짓이었을 뿐, 아름다운 악마의 유희. 붉은 와인보다 짙은 노예의 사슬이 그녀를 옭아매고, 이제 그녀는 그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데….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내가 잠든 줄 아셨을 거야. 내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이셨어. 부드럽고 나직한 그 목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해. “딸아! 이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자라렴. 사랑 하나에 목숨 걸지 않는 그런 여자가 되렴.” 엄마의 말은 물기가 섞였다. 나는 그 말끝에 묻어난 눈물까지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