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키워드>
판타지물, 서양풍, 궁정로맨스
회귀/타임슬립, 왕족/귀족, 오해, 복수, 권선징악
첫사랑, 친구>연인, 신분차이
능력남, 직진남, 다정남, 집착남, 짝사랑남, 순정남
사이다녀, 직진녀, 다정녀, 집착녀, 후회녀, 상처녀, 순정녀, 철벽녀, 도도녀, 우월녀, 털털녀
달달물, 애잔물, 이야기중심
어제까지는 없었던 투명한 벽이 둘 사이에 갑작스레 생겨났다. 그것이 약혼 때문이라면 약혼은 하지 말 걸 그랬다고, 아비게일은 생각했다.
그녀는 펜던트를 매단 쇠사슬을 잡아당겨 수호의 돌을 꺼냈다. 분노와 짜증 때문에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아비게일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제레미였다. 그것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고대석을 양손으로 꽉 쥔 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르마 크라우제 켐페르트.”
아비게일이 주문을 외자 손안에 있는 수호의 돌이 물컹물컹하게 변했다. 펜던트에서 나뉘어 떨어진 돌을 오른손으로 집어 들고 멍하니 있는 제레미에게 주먹째로 내밀었다.
“나는 기사의 맹세를 할 수 없으니까 대신 이걸 줄게.”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제레미의 안색이 변했다.
“무슨 소리야, 아비! 그건 왕가의 비보잖아?!”
이렇게 쉽사리 귀중한 보물을 나누는 왕녀의 순진함이 원망스러웠다. 제레미는 큰 소리로 아비게일을 꾸짖었다.
“빨리 원래대로 돌려놔. 그렇게 중요한 걸 가볍게 주지 말라고!”
“중요하니까 주는 거야.”
아비게일은 가라앉은 눈동자로 제레미를 마주했다. 태연한 아비게일의 태도에 제레미는 숨을 삼켰다.
“아바마마께서는 내가 죽을 때까지는 이 돌이 내 것이라고 하셨어. 내 것을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지. 대신 내가 죽으면 그때는 돌을 돌려줘.”
“죽으면, 이라니…….”
제레미는 왕녀의 진심을 깨닫고 아찔해졌다.
죽어 가는 아비게일의 침대로 달려갈 수 있는 건 가족뿐이었다.
본래라면 제레미에게 그럴 자격은 없었다.
아비게일은 수호의 돌을 건네는 것으로 그에게 자신의 최후를 지켜보는 걸 허락한 것이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제레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한 질문에 아비게일은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제레미는 나한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해 줄 거지? 한쪽만 영원한 맹세를 하다니 불공평해. 그러니까 나도 맹세할게. 내 마지막은 제레미가 지켜 줘.”
제레미는 가슴 가득 차오른 흉포하기까지 한 애정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녀를 당장 껴안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입을 맞추고,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다.
제레미는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왕녀의 신뢰에 응하기로 했다.
“아비, 기사의 맹세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
“음, 제레미의 어깨에 검을 교대로 대는 거지?”
“그래. 좀 무거울지도 모르지만, 힘내.”
“알았어. 그럼 먼저 이걸 받아.”
아비게일은 수호의 돌이 나뉜 조각을 제레미에 건네준 뒤 검을 받았다. 검이 예상보다 훨씬 무거워서 휘청거릴 뻔했다.
이렇게 무거운 검을 가볍게 휘두르다니, 제레미는 정말로 대단해.
아비게일은 그렇게 감탄하면서 양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양다리로 무게를 견디며 눈앞에 무릎 꿇은 제레미의 어깨에 검 끝을 댔다.
그는 아비게일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의연한 목소리로 맹세의 말을 읊었다.
“제 일생을 바쳐 아비게일 레나테 듀토리아를 지킨다고 맹세합니다. 제 목숨을 걸고 반드시. 부디 최후까지 충성을 바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비게일은 제레미의 강한 시선과 경어에 압도되었다.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태도로 맹세하는 제레미는 늠름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왕녀가 처음 보는 정열이 머물고 있었다.
아비게일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귀까지 확 뜨거워지고, 심장은 경종을 울렸다.
부끄러움과 환희가 복잡하게 섞인 기분에 감싸여 현기증이 느껴졌다.
“허락한다고 말해, 아비.”
속삭임을 따라 시선을 내리자 한결같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제레미와 눈이 마주쳤다.
사파이어 블루빛의 강인한 눈동자에 매료되어 그녀의 혼란은 더욱더 깊어졌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허락할게, 제레미.”
아비게일은 불안정한 손놀림으로 검을 내려 제레미의 맹세를 받아들였다.
*****
사랑하는 그대와 함께라면 운명도 바꿀 수 있어!
둘의 사랑을 이끄는 건, 시간을 되돌리는 수호석!
달콤한 사랑과 야망이 소용돌이치는 왕궁 러브 코미디 판타지!
파혼이 발단이 되어 왕위 계승을 둘러싼 음모에 말려든 왕녀 아비게일.
역경의 정점, 아비게일을 지지해 준 건 어렸을 적부터 곁을 지켜 준 소꿉친구이자 기사, 제레미였다.
그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알아챈 순간,
“나는 아비가 좋아. 이제 절대 놓칠 수 없어.”
뜨거운 키스와 함께 고백해 온 그. 아비게일은 제레미와 미래를 맹세한다.
음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억을 가진 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고대 수호석이다. 사랑을 지키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아비게일은 반격을 시작한다!
“너 혼자서는 절대 못 보내. 약속해. 너는 평생 내 사람이야.”
슈가처럼 달콤하고 강렬한 TL 소설
슈가 노블 SUGAR 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