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젠 네 손, 절대 안 놓칠게.
서른 살이 되는 해, 대차게 사직서를 던지고 회사를 그만둔 다홍.
시원섭섭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뉴욕으로 떠난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주치고 만 구남친 이우영.
부랴부랴 다시 서울로 도망치지만
그가 같은 동네에서 레스토랑을 새로 오픈해 버리는 악연이라니!
새로운 남자와 잘해 보려고 해도 징글징글한 구남친이 자꾸만 훼방을 놓는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 나…….”
“좋아해. 맨 처음도 쉬웠지만 두 번째는 더 쉬웠고, 이번엔 기다릴 필요도 없었어.”
10대 때 그와의 이별.
‘나 유학 가.’
20대 때 그와의 이별.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지겹고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잖아.’
다홍은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 그럴 일 없어. 너랑 다시 만나는 일 같은 거 절대로 안 해.
하지만 굳센 다짐과는 다르게 마음은 또다시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데…….
“나도 널…… 좋아하지 않은 적…… 없어.”
지긋지긋한 인연의 끈으로 묶인 두 사람,
과연 이번에야말로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잠깐 맛보기
“내가 왜 좋아?”
성큼성큼 금세 거리를 벌리던 그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 건데?”
“너니까.”
“밖에 너 좋다는 애들 널렸잖아. 나가서 걔네랑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 왜 네가 나 때문에 그런 꼴을 하고 있어, 왜!”
“몰라, 나도! 너만 좋은 걸 어쩌라고 나보고!”
연민. 애정. 안타까움. 슬픔. 비통함.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두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하며 복도를 울렸다.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잔인하게 밀어내기만 하는 네가 싫어! 근데 난, 널 아무리 밀어내려고 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하냐.”
다홍은 시선을 내리깔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우영은 더 할 말이 많았지만 그만 두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울지 마. 이것보다 더한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그녀가 우는 것을 보고 있으니 지난 일주일간의 노력이 모두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간신히 진정시켰던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 대고,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서 머리는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지경이었다. 딱 미쳐 버릴 것 같다는 말 그대로였다.
“로라데인에 널 혼자 두고 한국에 왔을 때, 난 뭐 아무렇지 않았는 줄 알아?”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를 외롭게 버려두고 왔단 생각에 죄책감 같은 건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게 실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난 그게 너무 두려워.”
“왜…….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다홍은 입술을 잘근거리며 머뭇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영이 마음이 조급하여 얼른 대답을 재촉했다.
“주다홍.”
“……몰라,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