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쪽이 내민 손을 잡으면 뭐가 달라져요?
신성그룹을 대표해 낙도 지원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자 울며도행 고깃배에 올라탈 때만 해도 서준은 자신의 앞날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극심한 뱃멀미 때문에 기절한 것도 모자라 폭우로 섬에 발이 묶여 버릴 줄이야. 하지만 하루를 1초 단위로 나눠 쓰는 일중독자 서준의 신경을 가장 긁는 존재는 섬에 도착한 후 계속 시야에 잡히는 한 여자였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살면서 그 바다를 두려워하는 서아진. 외딴 섬, 낯선 상황, 사연을 알 수 없는 여자. 이 모든 게 뒤죽박죽 뒤섞여 서준은 자꾸만 풀어지는 마음을 다잡기가 버겁기만 한데…….
▶잠깐 맛보기
“방금 무슨 생각 했지?”
“뭐요?”
“나도 남잡니다.”
아진은 눈을 깜박였다.
“그게 지금…….”
“아까 무슨 생각 했느냐고 물었잖습니까.”
아진은 그제야 서준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했다. 머쓱해진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친구한테 그러는 거 아닙니다. 이성과 본능은 다르니까.”
느릿느릿 서준은 능청스러웠다. 복잡해진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아진과 달리 그는 웃고 있었다. 아진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가 바짝 다가왔을 때 터질 것처럼 내달리던 심장은 아직도 제 박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갑니까?”
서준은 아진이 멀어진 만큼 다가왔다. 아진은 깊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뇨.”
서준을 마주 보는 아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폭풍같이 몰아치던 감정을 어느 사이에 정리한 모양이었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그의 날 선 시선이 그녀를 감쌌다.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못할 말일지도 모른다.
“도움이 필요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