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네 눈동자에 비추이다
스스로를 어둠에 던진 여자, 김연수. 그녀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고, 꿈꾸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오직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죽어 버린 시간만이 흐를 뿐이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축복받지 못한 존재란 사실이 그녀를 어둠 속에 가둬 버렸다.
그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를 기다리며 살아갈 뿐…….
운명이라 여겼기에 그녀의 깊은 어둠까지 끌어안은 남자, 유도진.
그는 우연히 그녀의 슬픔을 보았고, 부서질 만큼 안아 주고 싶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스치는 슬픔을 본 후에,
그는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그녀를 자신의 눈 안에 담았다.
그가 다가간 만큼 뒤로 물러나는 그녀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뿐…….
▶책 속에서
「…그 동안 도진 씨가 저를 많이 배려해 주었다는 걸 알아요」
「…」
「아이를… 갖는 일도 미뤄 주었고, 숨이 막히는 상황도 참아 주었죠」
「연수야…」
연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아마 모두 갚으려면 남아 있는 평생도 부족할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데 받은 것을 모두 돌려드리지 못해요. 아시다시피 이런 사람이니까요」
「연수야…」
연수는 손바닥에 손톱을 세게 박으며 다 비우지 못한 미련이 주는 망설임을 채찍질했다. 다 버리고 비우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의 마음에 작은 편린으로 남는 존재였다. 자신에게 과연 있을까, 싶었던 욕심. 그로 인해 하루, 하루 지쳐가는 그와 그런 그를 보며 애태우는 그의 가족들.
이런 자신도 태어난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선물해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 따뜻함에 한없이 머물고 싶어서 그의 무지를 이용해 그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가능성을 앗아간 죄를 되받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유야무야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 수 있을까. 그의 번뇌가 그녀를 울리고 있는데.
「여기까지 해요」
「!」
도진의 눈이 커졌다.
「…이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