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윤미 지음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그를 가질 수만 있다면!
정략 결혼을 앞둔 이복언니의 약혼자를 소개받게 된 찬주는 그 남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10여 년 전, 절망 속을 헤매던 그녀를 다정히 위로해 줬던 소년 민희재였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인 모친의 폭언에 시달리던 그 시절,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 주던 그를 그저 오래도록 가슴에만 담아 온 그녀. 그러나 뜻밖의 재회 후, 희재에게 품어 왔던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깨달은 찬주는 이내 이복언니 예원에게서 그를 빼앗기로 결심하고 〈조선한복〉의 회장인 조부의 도움을 받아 희재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데….
▶잠깐 맛보기
“연락 기다렸어요.”
“안 그래도 이 회장님 찾아뵈려던 참이었어. 결혼 이야기 없던 걸로 했으면 해.”
희재는 거절의 말을 뱉어 냈다. 그는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냥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남남이라면 지켜야 할 적당한 선을 지켰다. 하지만 그 적당한 선이란 것이 찬주에게는 무척이나 싸늘하게 다가왔다.
“그럼 예원이와 결혼할 건가요?”
“뭐?”
“제가 아니면 예원이일 텐데요. 제가 부적합한가요?”
“부적합? 기계 부품도 아니고 부적합한 게 어디 있어?”
잠시 말을 끊은 희재는 몇 번 입을 벙긋거리다 말을 이었다.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희 자매한테 돌려 막기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별로야.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내 꼴도 우습지만.”
“민희재 씨가 할아버지를 만난대도 선택은 두 가지뿐이에요. 저, 아니면 정예원.”
희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리 쉽게 좌지우지하려는 찬주의 태도가 우습기만 했다.
“선택의 폭이 너무 좁은데?”
“정해진 선택의 폭이 그뿐이니까요.”
“글쎄. 이 웃기지도 않는 발상은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이 회장님?”
찬주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희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요. 제가 당신을 갖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