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저를 바칠 테니 잃어버린 녹안의 밤을 되돌려 줘요.
밤만 되면 귀(鬼)들이 나타나 백성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용암국의 도시, 녹안. 악귀들의 천하가 된 ‘녹안의 밤’은 20년 전, 녹안의 태수가 죽을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적귀에게 밤의 지배권을 넘김으로써 생겨났다.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태수의 딸 가인은 죄책감을 느끼고, 녹안의 밤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적귀를 찾아 귀천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한 꽃밭에서 붉은 눈과 머리칼을 가진 단이라는 신비로운 사내를 만나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그는 누구일까. 누구이기에 이렇게 강하고, 이렇게 아름다울까. 붉은 머리칼과 핏빛 눈동자. 그는 혹시…… 적귀(赤鬼)가 아닐까?’
어느새 단은 그녀의 앞에 와 서 있었다. 둘의 시선이 어지럽게 엉켜 들어갔다. 아니 좀 더 어지러운 것은 가인의 시선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사로잡혀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단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보드라운 가인의 뺨을 어루만졌다. 가인은 그저 그의 눈동자만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가인의 머리카락과 얼굴만 쓰다듬던 단이 그녀의 풍성하고 촉촉한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 천천히 입을 맞춰 왔다. 입술 위에 차가운 그의 존재가 느껴졌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지금 그를 거부할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처음으로 스스로 손을 뻗어 그를 어루만졌다. 단의 팔, 어깨, 가슴을 차례로 쓰다듬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두 발은 분명 땅을 밟고 서 있는데 그게 느껴지질 않았다. 단이 일으킨 바람을 타고 몸이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원하는 대가가 이것인가요?”
“아니, 내가 원하는 건 그대의 마음이다.”
단의 말에 가인의 내면이 격하게 흔들렸다. 귀는 절대로 대가 없이 인간과 거래를 하지 않는데 마음을 달라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단의 요구에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목차
1권
서문
1화. 밤의 주인
2화. 밤의 토끼, 애랑(愛琅)
3화. 퇴마무사 금도휘(上)
4화. 퇴마무사 금도휘(下)
5화. 피의 탄생 연회
6화. 밤의 혼례식
7화. 귀천(鬼天)
8화. 귀령화(鬼令花)
9화. 단(丹)
10화. 물의 향기
11화. 왕신의 음해(上)
12화. 왕신의 음해(下)
13화. 새로운 약조
14화. 적귀(赤鬼)
15화. 흑조환의 열병
16화. 적귀의 광기
17화. 야연(夜宴)의 밤
18화. 처형
2권
1화. 적귀(赤鬼) 단(丹)
2화. 붉은 혼례식
3화. 백귀(白鬼) 설(雪)
4화. 다시 녹안으로
5화. 사신(上)
6화. 사신(下)
7화. 동행
8화. 연인의 방울
9화. 북림(北林)
10화. 추적
11화. 목영(木令)
12화. 월애(月愛)
13화. 월연(月戀)
14화. 백귀 설의 연인
15화. 흑조환(黑鳥丸)
16화. 잔인한 월식 밤
17화. 사련(思戀)의 굴레
18화. 애랑, 월애
19화. 음모
20화. 달을 담은 돌, 자멸(自滅)
21화. 소멸
22화. 귀(鬼)의 신부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귀(鬼)의 신부〉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