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표는 내일 아침 일찍 제출하겠습니다. 이 재수 없는 사장놈아!
다시 리스트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 비서실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그만둔 여직원의 리스트가. 제비 같은 사장의 마수에 걸려 신입 여직원이
사표를 던지고 사라질 때마다 윤주는 자신의 직속 상사이자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찬혁을 향해 이를 박박 갈아 댔다. 사생활로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더 이상 두고 볼 수 있는 꼴이 아니었다.
하여 그녀는 회사를 때려치울 생각을 하고 사장에게 반항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장은 그녀를 향해 뜻밖의 반응을 보이는데….
▶잠깐 맛보기
“분명히 웃을 줄도 알고, 인상 쓸 줄도 알고, 화를 낼 줄도 아는 모양이지.”
또 뚱딴지같은 소리가 찬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무슨 말씀이신지?”
“난 김윤주 씨가 지을 줄 아는 표정이라곤 그 재수 없는 웃음 말고는 없는
줄 알았거든. 안드로이드일지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의심하고 있었어.
그런데 오늘 보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거더군?”
뭐? 재수가 뭐가 어쨌다고? 이 말미잘 같은 놈이 멀대같이 키만 커서 속엔
몽땅 수수깡만 들었나! 혹시 뇌가 스펀지로 되어 있는 거 아냐?
“다른 사람들 만나는 건 업무가 아니니까요.”
“업무가 아니다라……. 그럼 업무가 아닌 상태에서는 나한테도 사람답게
굴 수 있다는 뜻인가?”
“글쎄요. 사장님은 어쨌든 사장님이신걸요. 업무 외의 용건이 생길 것
같지도 않지만, 생긴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봅니다.”
흠잡을 데 없는 얼굴. 이 표현을 누가 처음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몇 대 패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명령이라고 하지. 내 앞에서 그딴 표정 좀 안 봤으면 좋겠군.
……짜증 나니까!”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러브룰렛〉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