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신경외과 교수 김우주, 그는 누구인가?
일명 시파민.
각성 물질인 도파민과 김우주 교수의 특징을 합친 합성어로서,
반질반질 잘난 낯짝은 보기만 해도 행복했으나
그와 반대로 까칠한 성격은 욕이 나올 정도로 괴팍하다 하여 명명된 별명.
그런 그가 인턴 선생 하나를 아주 푹 찍었단다.
뻑하면 ‘사랑합니다, 교수님’이라고 부르게 만들고
사탕 셔틀은 기본이며
인턴에게 있어 황금보다 귀한 오프에도 24시간 대기하라고 하는 극악한 명을 내리는 남자!
“이런 시파민!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이름처럼 범우주적인 성격을 가진 이 남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미리 보기
캐비닛을 힘껏 열어젖힌 유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의 시선 끝, 작은 몸집의 여자가 몸을 잔뜩 구긴 채 눈물을 쏟고 있었다.
아직 안 죽었네. 쥐 죽은 듯 있기에 산소 부족으로 죽은 줄 알았더니.
혀를 끌끌 찬 유리가 좁은 공간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은 다온을 보며 엄포를 놓았다.
“야! 기다온, 안 나와? 우리끼리 다 먹는다!”
“훌쩍, 훌쩍. 나 안 먹어…….”
“안 먹어? 안 먹어? 너 지금 안 먹는다고 했냐? 아주 배가 불렀구나.”
유리가 팔을 뻗어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 그러더니 작은 여체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란 힘은 모조리 끌어 모아 우는 데 쓴 것인지 다온의 몸이 맥없이 휘청거렸다. 유리가 손쉽게 그녀를 캐비닛에서 꺼내어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젓가락을 쥐여 주며 말했다.
“지금 안 먹으면 아사해. 아사, 말 그대로 굶어 죽는다고. 이런 휴식 시간이 어디 흔하냐? 어? 시간 될 때 먹어 둬.”
“훌쩍.”
흐르는 콧물을 막지 못해 연신 훌쩍이던 다온이 손을 뻗어 휴지를 붙잡았다. 그리고 얼굴에 휴지 조각이 덕지덕지 붙는 것도 모른 채 눈물을 쏟아 냈다.
푹 삶은 만두처럼 땡글땡글해진 눈두덩을 보던 유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면이 퉁퉁 불어 터진 컵라면을 다온의 앞에 밀어 놓았다.
“그래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일단 좀 먹지?”
“배 안 고파…….”
“왜, 이번엔 무슨 일인데? 시파민이 또 괴롭혔어?”
“흑, 유리야……. 나 진짜 죽겠어.”
울상을 지은 다온이 손을 들어 눈두덩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그녀가 울고 있는 건 바로 ‘신경외과 교수’ 때문이었다.
그가 누구인가?
일명, 시파민.
각성 물질인 도파민과 김우주 교수를 합친 합성어로서, 반질반질 잘난 낯짝은 보기만 해도 행복했으나 그와 반대로 까칠한 성격은 욕이 나올 정도로 괴팍하다 하여 명명된 것이었다. 덕분에 도파민 버금가는 각성제 역할을 하는 김우주 교수를 모두들 뒤에선 ‘시파민’이라 불렀다.
“왜, 이번엔 시파민이 뭐라고 했는데?”
“나한테 전화할 땐 ‘사랑합니다, 교수님’이라고 하래.”
“뭐?”
“매일매일 사탕도 준비해 놓으래.”
“…….”
“이번 오프 땐 약속도 잡지 말고 24시간 대기하래.”
“…….”
유리와 상호가 서로 눈을 마주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뱉는다.
“이런 시파민!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너 그거 정말 몰라서 묻는 말이냐?
상호가 둔감하기로는 세계 최고인 그녀에게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 주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눈을 마주한 유리가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당이 부족한 게 분명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친구야.”
“그럼 왜? 왜? 왜 시파민이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건데?”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다온을 보던 유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 이 멍청한 것아.
시파민이 너한테 아주 지대한 관심이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려던 유리가 이젠 불어 터지다 못해 죽처럼 된 면을 양껏 집어 후루룩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뺨이 따가울 정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다온의 시선 따윈 깡그리 무시한 채.
다온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항의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탁!
들고 있던 젓가락을 집어 던진 유리가 눈을 뾰족하게 뜨며 외쳤다.
“아, 이 멍청한 년을 진짜! 너 그 머리로 어떻게 의대 마쳤냐? 진짜 놀랍다, 놀라워.”
“머리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눈치가 없는 건데.”
상호의 말에 유리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하지만 다온은 유리의 구박에도 그녀의 흰 가운을 붙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말해 줘, 응? 왜 그런 건데? 왜? 와이? 왜 나만 몰라? 나만 왕따야?”
그녀의 의문에도 유리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시파민의 지랄이 자신에게 향하리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남의 연애사에 끼어들어 좋은 꼴을 못 봤다.
유리와 상호는 라면을 먹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교수님,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유리가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라면을 마저 먹기 시작할 때였다. 눈가에 눈물을 매달고 있던 다온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무언가 눈치챈 모양인지 허공을 정처 없이 바라보다가 웃음을 내뱉었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설마, 눈치챘나?
유리와 상호가 시선을 맞출 때다. 던졌던 젓가락을 든 다온이 떡볶이 하나를 집어 입안으로 밀어 넣으며 우적우적 씹기 시작한다. 그 존재가 ‘김우주’라도 되는 양.
“에이, 설마 시파민이 날……? 에이, 그럴 리가…….”
“야, 기다온.”
“응?”
뺨이 볼록 튀어나올 때까지 떡볶이를 마구마구 욱여넣던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리가 참다못해 한숨처럼 말한다.
“설마가 사람 잡아.”
“…….”
그녀의 말에 다온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이제야 눈치챘냐?”
다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 마이 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