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세상에서 가장 드높고 고귀한 존재, 여왕.
여왕이 되면 부귀영화를 누릴까?
NO! 절대로!
헤드비지스는 그렇지 않았다.
2번의 삶 동안 여왕이었으나 부귀영화를 누리기는커녕 70년 동안 혹사당했다.
또 태어난다면 정말 게으르게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왕이라는 작자가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우리 공주님, 네가 내 유일한 후계자란다.”
또 여왕이 되어야 한다고? 거기다가, 세상도 구해야 하고?
싫어! 이번 생에서는 절대 여왕도, 결혼도 하지 않을 테야!
하지만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결국 세상을 구하기로 결심한 헤드비지스
이를 위해 ‘칼시미르’와 함께 네 곳의 결계를 다니며 괴물을 처단한다.
첫 번째 삶 때의 기억 때문에 남자를 싫어하는 헤드비지스는
영혼의 반려인 칼시미르에게 강렬하게 끌리게 되는데…….
“헤드비지스 님이 잘못되면, 저도 따라갈 겁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아껴 주세요.”
마침내, 세상을 멸망시킬 악마가 강림한다!
[본문 내용 중에서]
“더 원하십니까?”
칼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고 거칠었다. 보이지 않았으나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그래. 더, 원해.”
“전 드릴 수 없습니다.”
난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드높아진 목소리로 따지듯 캐묻고야 말았다.
“왜 못 주는데? 왜 못 준다는 건데?”
“기억하실 텐데요, 세 번째 공간에서 제가 무엇을 바란다고 했는지.”
난 다시금 떠올렸다.
‘그 이상을 바랍니다. 헤드비지스 님의 온전한 밤을, 완전한 몸을, 완벽한 마음을.’
“온전한 밤과…….”
내가 말하자, 칼시가 말을 받았다.
“완전한 몸. 그리고 그 뒤에 제가 무엇을 말했는지 아시지요?”
“알아. ……완벽한 마음.”
“그것을 주시겠습니까?”
“내 마음을…… 아직 몰라?”
짧게 생각해 보니, 내가 분명하게 말한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게 당연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오게끔 한 것일 테니.
그러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사실, 압니다. 헤드비지스 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정말 미안해졌다.
칼시는 분명하게 요구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갖지 않겠습니다.”
협박 같은 선언이었으나 내겐 좀 다르게 들렸다. 절실한 애걸처럼 느껴졌다.
‘나를 사랑하는 남자를 이렇게 만들다니.’
이건 전부 내 탓이었다.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