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윤시환과 강도경.
강도경과 윤시환.
태어난 시기도 얼추 비슷했고 집도 바로 옆이어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질긴 인연의 소꿉친구.
여자와 남자는 결코 친구 사이가 될 수 없다는 대부분의 관례를 계고 무려 이십 칠년간이나 '친구'라는 명목으로 이어져 온 그들의 사이.
집안끼리도 서로 알고 지낼 만큼 진하디 진한 우정의 그들의 관계에서 한 사람은 즐거워하고 한 사람은 슬퍼했다.
암흑계를 휘어잡는 신조파의 제 3대 보스, 윤시환과
전직 경찰인 아버지에 이어 경찰이 되기 위해 귀국한 그녀, 강도경.
그녀를 갖고 싶었으나 자신의 사정상, 그리고 그녀의 사정상.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의 열렬한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한국을 떠난다던 도경을 잊기 위해 조직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 불과 3년 전이고, 마두나 영웅이도 그때 만난 녀석들이었기에 도경과의 일을 알고 있는 건 현재 그의 수하 중엔 민준이 유일했다. 그는 10년간 숨겨온 자신의 사랑을 드러낼 마음은 전혀 없었다.
윤시환과 강도경.
강도경과 윤시환.
태어난 시기도 얼추 비슷하고 집도 옆집이라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이자, 여자와 남자는 결코 친구사이가 될 수 없다는 대부분의 경우를 깨고 무려 이십 칠년 동안이나 '친구'라는 명목으로 이어져 온 질긴 인연의 끈을 가진 사이. 집안끼리도 알고 지낼 만큼의 돈독한 우정을 지닌 그들의 관계에 한 사람은 슬퍼하고 한 사람은 즐거워했다.
10년 전,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옆에서만 바라보던 강도경의 매력을 눈치채버리지만 않았어도. 도경의 이상형이 한없이 자상하면서 직업은 이왕이면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경찰이라는 사실만 몰랐어도. 옆집에 살면서 서로 못 볼꼴 다 본 사이만 아니었어도. 시환이 제 사랑을 알아챈 후로부터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그 감정을 숨길 필요는 없었다.
시환의 집이 겉은 대기업 재벌가에 속하나 속은 조직 폭력배란 사실은 상위 클래스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 알던 사실이었기에 경찰이었던 도경의 아버지인 강경한이 자신의 이웃집이 그와 관련이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해 아직까지 그녀의 곁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나마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운이라면 운이었겠지만.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 있지? 거기로 와. 기대된다, 너 어떻게 변했을 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도경의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여서 더욱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녀는 연애에 있어선 참으로 무뎌서 자신이 툭툭 던진 말이 그의 심장을 얼마나 가지고 노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딸랑 소리를 내며 도경과 대학시절 자주 들리던 카페로 들어가자 낯익은 점장이 시환 씨 오랜만이네-하고 그를 반겼다. 도경이 한국을 떠난 동안 그는 자주 그 카페에 와서 추억을 곱씹어본 적이 있었기에 고개를 까딱하며 그녀의 위치를 묻기 위해 점장의 곁으로 다가갔다.
“도경 씬 시환 씨가 앉던 자리에 앉아있어.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 예뻐졌더라?”
낮게 웃으며 말하는 점장의 한마디가 시환의 심장 박동 수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그는 점장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몸을 돌려 그와 도경이 자주 앉던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도경과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내 감정을 눈치 채면 안 되는데. 아마 도경을 보면 표정관리가 안 될 것 같단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걸음 속도를 조금 더 냈을 때, 윤시환! 하고 그를 부르는 도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넌 더 컸네?”
3년 전 그대로.
아니, 3년 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으로 도경이 그를 향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