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승제의 두 딸을 돌보게 된 은조. 하지만 승제의 집안에는 그녀가 증오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편 승조는 은조가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더 쉬세요.”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 남에게 밝힐 수 없는 관계, 새벽이 오면 남들 눈에 띌까 무섭게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밖에선 절대 만날 수 없고, 오직 승제의 침실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관계였다. 이런 생각을 하자 서글픔이 몰려왔다. 은조는 생각을 지우려는 듯 뜨거운 물을 틀었다. 열기에 수증기가 좁은 샤워부스 안에 차기 시작하면서 거울 속의 은조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