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아뜩해졌다.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쥐면 손가락 사이로 죄다 빠져나가는 허무한 공기처럼, 도저히 실체가 잡히지 않는 막연한 그림. 어디에 색을 칠해야 할지 캄캄하기만 한 하얀 도화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열망에 기대어 그가 품고 있는 꿈과 세상은, 그녀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사실에 서희는 서글퍼졌다.
“난요…….” “기다릴게.”
속삭인 강진은 어두워진 서희의 눈동자와 대답을 외면한 채, 그녀의 뒷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며 입술을 깊게 맞물렸다. 활짝 열린 입술 새로 거칠게 들여놓은 혀끝으로, 숨어 있는 그녀의 혀를 찾아 입안을 샅샅이 핥아 내리기 시작했다. 매끄럽게 뻗은 등골을 오르내리며 쓰다듬던 손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