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등신같이 처맞기는.
김희정.
“다 괜찮다는 듯 그 무심한 말투.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전혀 타격 없다는 거만한 표정. 내가 그래서 너를 싫어하는 거야.”
친구들에게 저를 가정부로 소개한 것도 모자라 희연은 또 시비를 걸어 왔다. 작은엄마의 차별과 학대, 그리고 저만 보면 드렁드렁 이를 가는 김희연.
지긋지긋한 객식구 노릇도 조금만 참으면 끝이 난다. 하지만 순탄치 않은 그 길에 그가 필요하다. 짙은 흑갈색 눈동자 아래 하찮다는 듯 저를 쳐다보던 그 남자가.
차인혁.
무력하게 폭행을 감내하던 여자. 뺨을 올려 치는 손에 홱홱 돌아가던 고개,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여자가 머저리 같아 눈길이 갔다.
그럼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가 더 등신 같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제집에 들어왔다. 제 동생의 과외 선생으로.
가족에게 매나 맞는 여자가 어울리지 않게 참 고고하고 우아하다. 반항 한번 하지 못하는 여자가 제게는 눈을 똑바로 뜨고 말 한마디 지지 않고 받아친다. 꺾이지 않으니 괴롭히고 싶지. 자꾸만 넘어트리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