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습습하지 않은 공기. 자그마치 10년이었다.
고국의 가을을, 이 가을의 공기를 마셔보겠다고 보낸 시간이 그랬다. 여름은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을 한 번에 들이마셨다.
“그렇게 느려선 금방 붙잡히겠다.”
세상의 조롱을 공기처럼 받아 마셨다.
처음 품은 감정마저 부정 당한 그날부터, 오롯이 그녀의 편이었던 강이한.
여름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
여름은 열심히 튀어 올라오는 굴곡진 선에 눈을 고정한 채 말을 걸었다.
“이한아.”
“어.”
“나 서준이 사랑해.”
갑작스럽고도 황당한 고백이라, 평온하던 이한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 여름은 미동 없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태연한 척했지만, 이미 속은 헝클리고 할퀴어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물기 담은 채 휘어졌다.
“신하로 안 돌아가는 거랑은 별개의 감정이야.”
널 사랑하더라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없어. 내가 거기까지 욕심내서는… 안 되는 거잖아.
그런데 왜……
“나는 너 안 좋아해, 안 좋아한다고. 안 좋아해….”
“그러게. 넌 나 안 좋아하는데.”
이한은 꽉 잡은 손의 힘을 느슨하게 풀었다. 쉽게 뿌리칠 수 있도록.
“헷갈려, 너. 착각하게 만들어.”
자꾸만 욕심이 나는지.
이한아, 내가 널… 사랑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