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오늘이 딱 1년이 되는 날이에요.”
그녀가 봉투에서 꺼낸 종이를 펴서 프리드의 앞에 내려놨다.
이혼 합의 각서.
종이의 제일 위에 적힌 문장이 프리드의 눈동자에 박혔다.
“이건…….”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죠?”
아일라의 밤색 눈동자가 프리드에게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숨길 수 없는 동요로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다.
“프리드.”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약속대로 당신과 이혼해 줄게요.”
“난…….”
입술을 달싹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정할게요.”
그녀의 말에 희망이라는 자그마한 빛이 눈앞에서 아른댔다. 프리드는 아일라와 시선을 마주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제발, 신이시여 제발……. 이 각서는 없었던 걸로…….
“나와 이혼해 줘요.”
주어가 바뀐 문장이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심장에 들이박혔다. 프리드는 두 눈을 감고 길게 숨을 골랐다.
전부 자신의 탓이었다. 1년 전, 그녀를 거부했던 건 바로 자신이었다.
<본문 발췌>
남편에게 살해당한 후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공작가의 외동딸로 깨어난 아일라 페이지.
얼굴 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남자, 프리드 트래위즈와 정략혼이 정해져 있다고? 심지어 그것도 내가 따라다녀서?
자신의 얼굴만 보고 억지 결혼을 밀어붙였다고 생각해 질색하는 프리드 트래위즈에게 이혼 계약을 제안하고 1년의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이었고 자신을 질색하던 남자였는데 왜 이제는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걸까.
얼굴뜯어먹고살남, 하찮고슴남, 성장남, 까칠남 X 공작가후계자녀, 빙의녀, 무심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