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생아로 태어나 평생 동안 뷔르벨프 백작가를 위해 살다가 버려진 레일라.
뷔르벨프 가문의 ‘진짜’ 여식, 로젠타로 인해 비참한 죽음까지 맞이한 후 과거로 회귀한다.
그렇게 두 번째로 맞이하게 된 삶.
이번 생만큼은 후회없도록 복수할 것을 다짐하는 그녀지만, 회귀의 부작용 때문이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년.
그 짧은 기간 동안 완벽한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레일라는 제국 최북단의 주인, 에반 대공을 찾아간다.
“계약이 끝나면 전하 앞에 다신 나타나지 않을게요.”
서로 사랑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시작된 계약 결혼.
계약의 끝이 다가왔을 때, 레일라는 예정대로 사라지려 했다.
그런데,
“레일라, 바깥 구경은 즐거웠나?”
그 남자가 찾아왔다.
* * *
“에반.”
“응.”
“꼭…… 해야 하나요?”
“무조건.”
에반의 붉은 눈동자가 레일라를 내려다봤다. 등 뒤에서 힐끔거리는 사용인들과 제 앞에서 뚫어 버릴 기세로 입술을 응시하는 에반 때문에 레일라는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대도 동의했잖아”
“물론 제가 그러긴 했죠. 그런데…….”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키스하게 될 줄은 몰랐죠.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무뚝뚝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배 속에 능구렁이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는 수 없었다. 밤마다 고통에 시달린다는데 안 해 줄 수도 없고 무엇보다 다 보는데 여기서 거절하면 상황만 이상해진다. 레일라가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
문득 시선을 옮겨 에반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도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두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레일라가 그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