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판타지물, 서양풍, 능력남, 직진남, 다정남, 절륜남, 오만남, 카리스마남, 능력녀, 사이다녀, 순진녀, 쾌활발랄녀, 환생, 빙의, 오해, 권선징악, 로맨틱코미디, 달달물, 성장물
어느 날 피폐물 소설 속
여주를 구하려다 사망 테크를 타는
여주인공의 친구로 환생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에 큰맘 먹고 여주에게 털어놓으려 했지만
스포 방지인 건지 무음 처리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답답한 마음에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
속 시원히 비밀을 외치고 남주도 욕했다.
“남주는 개새끼다!”
한데 그 내용이 남에게 들릴 리 없거늘
이후 남주 비슈발츠 대공이 게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
게다가 그는 헛소문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까지 나서는데……?
"……목소리가 귀에 딱 꽂히는군요."
아무래도 내 인생 망한 것 같다.
▶잠깐 맛보기
당연히 알려진 소문처럼 성격이 더러운 그가 무시하고 제 갈 길 갈 줄 알았는데, 비슈발츠는 우뚝 발걸음을 멈추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에펠리아와 똑같이 여러 가지 색을 머금는 은발이 살짝 흔들렸다. 푸른 눈동자는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심연으로 날 끌어당기는 듯했다.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막상 질러 놓고 보니 후환이 두려웠다. 그래도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아까보다 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지만 굳은 의지로 표정을 유지했다.
‘가! 그냥 가! 나 같은 거 어차피 신경도 안 쓰잖아!’
그러나 이런 나의 외침에도 비슈발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서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를 응시하는 그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차디찬 눈동자가 나를 훑고 지나간다.
“……목소리가.”
“네?”
“귀에 딱 꽂히는군요. 그리 나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비슈발츠는 그 말만 남기곤 뒤돌아 걸어갔다.
그는 내 바람대로 에펠리아에게선 호기심을 거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에펠리아는 비슈발츠에게 딱히 관심은 없어 보였다.
‘뭔가 눈빛이 심상치 않았단 말이지.’
하지만 나는 왜 그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걸까.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 뒤를 다시 한번 돌아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