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재능만은 간직한 환생자들이 태어나는 세계.
아리는 기억도, 재능도 없는 빈껍데기 환생자였다.
마법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생물학부로라도 아카데미에 입학해 졸업반까지 버텼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저 전지전능한 교수님은 뭐지?
"교수님,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세요!"
칠흑 같은 밤을 닮은 눈동자가 나를 스쳐보지도 않고 지나쳐간다.
그 정도에 포기할쏘냐!
“웰컴 기프트로 케이크를 준비해봤어요.”
빵 냄새가 나는 향수까지 뿌렸으니 준비는 완벽했다.
그러니 어렵지 않게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고맙군.”
권태로운 눈매가 곱게 접힌다.
해사한 눈웃음에 나는 그대로 눈이 멀어버릴 뻔 했다.
“내가 유혹당할 때가 아닌데!”
정신을 차려야겠다.
그럼 다음 유혹!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만점인가요...?"
수줍게 묻자 그의 미간이 거칠게 구겨진다.
손에 든 건 분명 만점 시험지일 텐데, 왜지?
"생물학부가 왜 마법학부 시험에서 만점이지?"
그가 나를 노려본다.
망한 것 같다.
***
“죽음과 죽음을 건너, 태초의 시간부터. 너를 기다려왔다.”
“……?”
“이번이라면 다를지 모르겠군.”
나를 품에 안은 그가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속삭인다.
그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를 볼 때마다 저리 아픈 눈을 하는 것인지.
“이번에는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
애원하듯 매달리는 새카만 눈동자 속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집착이 은하수처럼 소용돌이 쳤다.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힌, 그와 나를 둘러싼 환생의 굴레.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