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키워드 : 판타지물, 서양풍, 재회물, 신분차이, 소유욕/독점욕/질투, 능력남, 직진남, 다정남, 유혹남, 집착남, 카리스마남, 평범녀, 사이다녀, 상처녀, 직진녀, 엉뚱녀, 영혼체인지/빙의, 왕족/귀족, 여주중심
야근하다 잠든 줄 알았는데 빙의를 하고 말았다.
스탠튼 공작가의 하녀 ‘클레어 매킬로이’로!
게다가 이 무슨 하늘의 장난질인지,
공녀와 똑 닮은 탓에 대역을 서게 되어
패전국 볼모로 이모르텔 제국까지 가야 한다.
덕분에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
마물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이모르텔의
'살인마' 황제 이든은 바로 3년 전,
〈내 눈에 띄지 마. 다시 만나면…… 널 죽일 거다.〉
그녀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든은 과거를 기억도 못 하는 듯
클레어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 주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기절해서 걱정했어. ……키스를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레이디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난 얌전히 서 있을 테니까.”
살인마 황제님, 왜 안 어울리게 다정해지셨어요?
……설마 들켰나?
▶잠깐 맛보기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얼굴이 무척 가까워졌다. 시릴 정도로 맑은 청록색 눈동자가 속속들이 보였다. 클레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이마에서 코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그렸다.
가면의 매끄러운 재질과 휘어진 곡선이 손끝을 간질였다.
“뭐 하는 거지?”
“아, 죄송해요.”
클레어는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떼어 냈다.
“왜 하다가 말아? 내 가면, 벗기려고 했잖아.”
“네?”
“가면을 벗었으면 좋겠어?”
“네에…… 얼굴이 아깝잖아요.”
클레어는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빈약한 대답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건 그것뿐이었다.
“레이디는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그가 입술 끝을 올렸다. 놀리는 말투에 그녀는 정말이지 쥐구멍에 기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고개는 착실히 끄덕였다. 잘생긴 건 잘생겼으니까.
“잘생겼다고 생각해 준 사람은 그대가 처음이야.”
“…….”
“그리고 감히 내 가면에 손을 댄 사람도 그대가 유일하지.”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하고 싶으면 해도 돼.”
“네?”
“만지고 싶으면 언제든 하라고.”
그가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의 숨결이 닿은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