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젠간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한다. 사람들은 언젠간 잊힐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한다. 사람들은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한다. 그래서 외롭고, 힘들고, 지친다. 그러면서도 사랑을 한다. 스산한 바람이 귀를 스치고, 손을 스치고, 이마를 스치고, 목을, 팔을, 다리를, 눈을 스친다. [바람 속에 언제나 있어.] 그 바람이구나. 찾아왔구나. 절로 눈물이 맺혀 흐른다. 피해 갈 방법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던 그 인연이 결국은 거기까지였다. 최정화(령후)의 로맨스 장편 소설 『파이 (把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