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귀기(鬼氣)가 오싹 감도는 한 절곡(絶谷)!
칼날같이 뾰족한 삼면 험봉(驗峰) 아래 대략 반 경(頃) 정도의 분지가 보인다.
분지를 뒤덮고 있는 것은 수천 그루의 앙상한 고목들.
적어도 수백 성상 이상을 지낸 듯 하나같이 아름드리 거목들이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고목의 모습이었다.
수천 그루의 거목들이 나뭇잎 하나 매달리지 않은, 고사(古死)한 것이었다.
흡사 채찍질에 몸부림치는 아녀자의 모습처럼 고목의 가지들은 서로 엉켜 있었다.
'고오오오……!'
괴괴한 기운이 흐르는 고수림(枯 林) 중앙에는 분위기를 더해 주듯 시커먼 흑석(黑石)으로 지은 석전(石傳)이 음울하게 서 있다.
수십 개의 원형 석주가 하늘을 떠받친 가운데 곱게 다듬어진 장방형의 검은 거석들.
그것들은 수십 명의 장한들이 힘을 합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석전은 삼층.
언뜻 천여 평에 달하는 일층은 공기 구멍 하나 보이지 않고 다만 검은 철만이 거대한 반월형을 그리고 있었다.
이층은 일층에 비해 규모는 작았으나 용도를 알 수 없는 네 개의 철문이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삼층 역시 이층보다 소규모였는데, 하나의 철문이 보였다.
한마디로 납골탑(納骨塔) 같은 괴기스러운 석전.
한 층의 높이가 오 장여 도합 십오 장에 달하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으스스한 기운이 흐르는 석전 앞에는 수백 구의 악귀나찰(惡鬼羅刹)상이 험상궂은 형상으로 일정한 방위와 간격을 가지고 서 있었다.
쭉 찢어진 입에 불거진 눈, 뾰족한 송곳니, 날카로운 손톱에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형형각각의 악귀상들. 마치 금방이라도 괴소를 터뜨리며 덤벼들 것 같았다.
천하의 어떤 철담동장의 사내라도 머리칼이 곤두서며 공포에 질릴 만한 곳이다.
하늘은 먹장구름에 덮여 있는 삼경 무렵.
'위이잉!'
한차례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수천 그루의 앙상한 고목들이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그때였다.
'꽝! 우르릉!'
굳게 닫혀 있던 석전의 검은 철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는 두 줄기 인영이 화살처럼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