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는 정말 ‘너’를 어쩌고 싶은 걸까.
2년째 사귀는 남자친구 무영, 그리고 언제부턴가 늘 곁에 있던 ‘남자사람친구’ 사한.
나윤은 이 두 남자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아니, 사실 그 사이에서 왜인지 모르게 복잡해지는 자신의 마음에 더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멀리 있고 일이 바빠 자주 보지 못하는 무영과의 연애에 지쳐 가던 나윤, 사한은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사랑의 색을 보여 주는데…….
▶잠깐 맛보기
“다 먹었으면 가자.”
“너 다 안 먹었잖아.”
“배불러서 못 먹겠어.”
사실 너랑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내 안에 스펀지가 그득그득 차올라서 배가 불러. 연애 초에 박무영 앞에서만 자라났던 스펀지들이 네 앞에서 차오르는 걸 느낄 때면 생각이 많아져.
김사한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가도 한숨이 나오고, 장난을 치다가도 시무룩해지곤 한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내 마음이 둥둥 떠서 날아갈라 치면 끌어와 꽁꽁 묶는 족쇄였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퇴근했다, 밥 먹었다’ 하는 한마디 연락도 없는 박무영에 대한 신의라는 족쇄. 나를 묶어야 할 겉보기에 튼튼한 자물쇠가 실상 헐렁하게 잠겨 있는 게 씁쓸하다.
“나 뭐 살 거…….”
카페 문을 나서며 여기서 이만 헤어지자고 말하기 위해 뒤를 홱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랐다. 바로 몸이 닿을 듯 가까이에서 김사한이 나를 내려다보며 멈춰 섰다. 두근, 가슴이 뛰는 걸 숨을 깊이 들이쉬며 호흡을 참아 감추곤 숨이 막히게 붙어 선 김사한으로부터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살 거 있으니까 여기서 헤어져. 밥 같이 먹어 줬으니까 앞으로 나한테 잘해. 갈게.”
쿨한 척 김사한의 배 부근을 툭 치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가려는데, 김사한이 무너지듯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듯 뒤에서 짓눌렀다.
“‘밥 잘 먹었습니다, 오빠. 감사해요’ 해 봐. 쪼꼬미야.”
“헛소리.”
귓가를 간질이는 입김이 은근슬쩍 닿아 오는 데 화들짝 놀라 신경질적으로 팔을 뿌리쳤다. 어딜 감히.
“조그만데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와.”
김사한이 엄살을 부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게 누가 어깨에 팔 두르래. 허락도 없이. 아까부터 자꾸 기습으로 옷 걸쳐 주고, 스킨십 하고.
너한테 가슴이 떨리는 거, 내가 얼마나 신경 써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이 나쁜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