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그 샌드백이 되어 줄 수도 있어요.
이혼 후 사랑에 질려 버린 현성은 엄마의 성화로 나간 선 자리에서 커트 머리에 첫 만남부터 해장국을 먹자는 아임을 만난다. 신선한 끌림을 느낀 그는 취미로 킥복싱을 하는 아임의 모습에 완전히 반하고야 만다. 터프한 성격 아래 거친 상처를 숨기곤 계속 자신만의 우물에 숨어 지냈던 아임.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현성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간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현성의 전처로 인해 쌓인 오해로 아임은 그를 피해 다시 숨어 버리고야 마는데…….
▶잠깐 맛보기
“난 당신이 꿈꿨던, 나누는 사랑을 할 만한 가슴이 없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으로 찾아봐요. 두 번째는 성공해야죠. 이만 일어설게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임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끄러웠던 주점을 나서자 서둘러 계산을 마친 현성이 따라 나왔다. 그러고는 벌써 저만큼 멀어져 버린 아임에게 뛰어가 팔을 잡고 그녀를 돌려세웠다. 사랑할 만한 가슴이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한 아임이 또다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은 우물로 사라져 버리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있어, 당신.”
“…….”
“당신은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이 있어.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도 있고.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신이 가두고, 숨기고, 누르고 있을 뿐이야. 내가 증명해 줄까?”
“뭐…… 뭘 증명…….”
현성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임의 뒷머리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놀란 듯 뻣뻣하게 굳어 가는 아임의 몸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현성은 보드라운 아임의 입술을 위아래로 강하게 빨아들였다.
“누…… 나?”
아임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로 인해 현성은 비로소 아임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앙다문 입술이 벌어지지 않아 애꿎게 보드라운 그녀의 입술을 너무 세게 빨았던 것인지 아임의 입술이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현성이 아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그녀의 뒤에서 놀란 듯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던지던 순간, 그는 뒷덜미를 강타할 만큼 짜릿한 살기를 느꼈고 그 짧은 순간 날아오는 아임의 펀치를 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