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째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은 걸까.
〈휴가 시리즈의 2부〉
대한민국 특무국 요원 암호명 요선.
위험한 줄다리기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요선은 상하이의 뒷골목에서 검은 별, 헤이싱(黑星)과 부딪친다. 별명처럼 검은빛을 발하는 헤이싱 류샨과의 만남은 그녀의 행보에 예기치 않은 변화를 던지고…….
자신을 노린 세력을 알아내기 위해 자작으로 만든 납치극의 총격전에 휩쓸린 하빈을 구해 낸 류샨은 요선의 위험한 놀이에 동참하게 되고…….
화려하지만 너무나 투명해 허무해 보이는 눈동자의 여인.
절제된 카리스마로 조용히 적을 제거하는 남자.
세상 그 무엇에도 미련이 없는 여자와 그 여자를 소유하려는 남자 사이에 놓인 기간은 단 한 달.
시간은 똑딱똑딱 무심히 흘러가는데…….
▶잠깐 맛보기
“왜 중간에 그만두는 거죠?”
“계속하길 원하는 건가?”
산은 공손한 가면을 벗듯 말을 툭 뱉었다.
“내가 아니라, 당신의 욕구가 그걸 바라는 것 같아서요. 아닌가요?”
그녀는 해소되지 않은 욕망에 괴로운 그의 몸 상태를 잘 아는 것처럼 되물었다.
“뜻밖에도 당신의 입술이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그래서……?”
“난 맛있는 건 조금씩 천천히 아껴 먹는 습성이거든.”
산이 손을 뻗어 그녀의 뺨 주변으로 부슬부슬 흘러 내려온 머리카락을 넘기며 가는 얼굴선을 따라 그었다. 방금 말한 자신의 습성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덧그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미묘했다.
하빈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녀가 뒤로 몸을 빼자 그의 손끝이 허공을 스쳤다. 키스로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이 휘어지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아껴 먹으려다 오히려 먹을 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군요.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릴 수밖에 없는…….”
몸을 돌려 나가던 하빈은 서재의 문을 열고 나가다 멈췄다.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틀어 그를 돌아보며 놀리듯 덧붙였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