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명우(빨강우체통) 지음
복수를 위해 여자이길 포기한 그녀의 마지막 눈물
15년 전 가족이 살해당하던 날, 공포에 질린 채 혼자 도망쳐야 했던 수인. 그 후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리며 복수의 칼날을 벼려 왔던 그녀는 마침내 부모를 죽인 원수의 회사에 비서로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입사한 회사의 주도권을 쥔 사람은 바로 원수의 아들 한선후. 면접 때부터 그에게 접근하고자 남장까지 했었던 그녀는 결국 입사한 지 5년 만에 그의 수행비서 자리를 차지하고, 그렇게 조금씩, 서서히 회사를 무너뜨릴 기회를 엿보며 긴장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뛰어난 외모에 오싹한 냉기. 마치 명계의 신 하데스를 연상케 하는 그는 그녀가 감히 쉽게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는데….
▶잠깐 맛보기
순간 ‘이중인격자’라는 단어가 수인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어쩌면 정말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수인은 좀 더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다시 바라봤다.
“내가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군.”
비릿함이 입안에 가득 차서 당장에라도 넘어올 것 같은데, 그가 흘러가는 말처럼 다시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나 싶게 선후는 오늘 유난히 말이 많았다. 확실히 뭔가 달랐다.
“지시할 사항이 있으십니까?”
그는 사뭇 달라진 눈빛으로 지그시 수인을 바라봤다. 정확히 그의 눈빛이 꽂힌 순간, 수인은 자신이 알고 있던 한선후의 그 눈빛임을 깨달았다.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저 다른 척했을 뿐. 뒤늦은 깨달음과 동시에 수인은 등골을 타고 싸늘한 기운이 흘러내리면서 발끝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거짓말.”
그의 음성이 낮게 깔리며 수인의 눈동자를 붙잡았다.
뭐?
수인의 눈동자엔 의문이 담겼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시선이 살짝 비틀렸다. 수인의 눈동자 대신 다시 음식으로 시선을 둔 그는 숟가락을 놀리며 흘리듯 말을 이었다.
“거짓말을 할 땐 완벽하게 감추도록 해. 어설픈 거짓말은 반드시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