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는 꼴깍하고 침을 삼켰다. 채민의 얼굴이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키스를 할 것만 같은, 아니 해야만 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스멀스멀 형성되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버둥거리는 것은 오로지 마음뿐이었다. 한비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금 자신의 육체가 이한비가 아니라 민시은이라는 사실을 새삼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채민의 입술과 한비의 입술이 닿은 뒤였다. 불꽃처럼 뜨겁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그의 입술이 한비의 입술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이한비, 정신 차려! 지금 넌 이한비가 아니라 민시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