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 아재가 죽었다. 관습적인 장례 문화에 괜히 마음속으로 투덜댈 적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왼팔에 두 줄 완장을 찼다. 상주라는 건데, 저 사람이 그럼. “애희야, 여기 아재 아들 윤기다. 인사해라.”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의 가면을 쓴 무도회. 이 남자는 홀로 다른 옷을 입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다른 이들과 같은 옷을 입으려 하는 것 같았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들척지근하면서도 쌉싸름했다. 일상처럼 외로움을 덮고, 외로움을 입고, 외로움으로 사는 모두가 외로운 이 섬에 방문한 손님. 그는 스무 날만 머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