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 나는 몸을 돌려 앉아있는 그의 등을 향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 일찍 가봐야 한다고.” 그는 얼굴 한 번 돌려보지 않은 채 말했다. 요즘엔 그가 멀 게만 느껴진다. 어두움은 끝이 없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리고 곧 그 어두움은 고개를 돌리지 않는 그가 어쩌면 이번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에게 불안감이라는 결코 기분 좋지 않은 선물을 선사한다. 그를 보내기 싫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불안감은 계속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앉아있는 그에게 다가가 그를 살포시 안았다. 그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바지를 챙겨 입었다. “조금 더 있다가 가.” 내가 그의 등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