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사라져! 내가 싫으면 차라리 무시해버려!” “내가 널 정말 싫어한다고 생각해? 좋아한다고는 생각 안 해?” “누구 놀리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마!”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우의 세상은 혜라가 전부였다. 오로지 그녀만 기억하고, 그녀만 생각하고, 그녀만 꿈꿨는데……. 다른 이를 보면서 너를 찾고 있고, 돌아서도 결국 네가 생각나. 난 왜 너에게 미쳐 있는 걸까? 넌 왜 피하기만 하는 걸까?
“사실 나…… 너 좋아했어.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지만, 한때는 아주 잠깐 너를 좋아했었어. 그때가 좋았는데.” “나야말로 널 좋아해.” 혜라는 그저 옅고도 씁쓸한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고마워. 나하고 화해하려 했던 지금 이 마음, 기억할게. 재우야. 나, 너한테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 “……얼마든지.” “조금 힘들어서 그러는데…… 나를 이제 그만 모른 척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