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인주 . 왕년에 놀던 나쁜 언니가 돌아왔다. 착하게 살려고 조카와 초밥집을 하는 인주에게 다가온 두 남자. 인주에게 반해 조폭에서 벗어나 주방장으로 새로 시작하는 한강. 그리고 찌질한 그룹2세.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을 인주가 시원하게, 그리고 정신이 번쩍나게 정리해준다.
-본문 중에서-
이제야 앞에 앉은 여자가 누군지 감이 왔다.
인주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 병신의 엄마가 분명하다. 그 병신이 나를 뭐라고 집안에 말했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그 병신의 애인이라고 저 여편네가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대체 그 병신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보는 순간 누구나 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병은 병명이 뭐였더라? 그리고 그런 증세는 사실 15살이 지나면 차츰 없어지지 않나? 중이병인가? 허세의 지평선을 달리는 증세가?
인주가 다시 돈 봉투를 보았다.
그렇다면 이 돈은 내 돈이다. 내가 이 돈을 가져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다. 아까 열린 봉투로 분명히 푸른색의 종이를 보았다. 그렇다면 100만원짜리 수표다. 두께로 보면 적게 잡아도 기천 만원이다. 자신은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 병신은 관심이 없었다. 내가 보모도 아니고 무슨 일마다 엄마가 출동하는 마마보이에게는 손가락 하나 흔들 의지도, 호의도, 시간도 없었다. 태산이니 뭐니 하는 그룹은 더더욱 관심이 없다. 얼어 죽을, 그룹은 무슨! 그룹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구멍가게가 대기업이 되나? 건설회사 몇 개로 재는 체하기는,
내가 벌어서 얼마든지 우리 보라는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공돈을 마다하지는 않겠다.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인주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며 날렵하게 봉투를 집었다.
“감사합니다. 그 병, 아니 아드님과 만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한참 떠들던 참에 인주가 벌떡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입이 얼어붙은 여자를 뒤로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회전문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