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안경만큼이나 댕그란 눈은 똑바로 뜨고 있어도 잔뜩 휘어져 웃음 지어도 시선을 붙잡아 맨다. 열여덟이나 먹어 놓고도 수염 한 올 나지 않아서는 짐 하나 제대로 들 기운은 없어도 입으로나마 열심히 나를 때도 그랬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작달막한 키에 왜소한 체구의 석동이란 놈에게 자꾸 시선이 간 건.
있지만 없는 듯 그리 살아갔으나 그래도 부족했는지 왕은 아우인 제게 중인中人 신분의 여인과 낙혼하라 명했다.
하지만 이미 석동에게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 뒤였다. 그 어여쁜 이를 놓치기는 싫으나 혼인을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제 어찌해야 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