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 모두가 죽고 사령(死靈)들의 무리에서 홀로 살아남은 바리. 허락되지 않은 죽음, 원치 않은 영생. 깊고 깊은 절망 속에서 토해내는 간절한 염원. 세상에 정말로 신이 있다면, 제발 나를…… “도와줘!” 그 순간, 거짓말처럼 지상 위로 강림한 명계의 군왕, 율. 요사스럽게 빛나는 그의 붉은 눈동자에 사로잡히고 마는 바리. "평범하지 않은 계집이로고. 재미있군.” 율은 바리의 부탁대로 죽은 자들의 영혼을 수습해 주는 대신, 그녀의 목에 자신의 것임을 증명하는 푸른 낙인을 찍는다. "염라대제, 율. 기억하라. 다시 만날 그 순간까지." 시간이 흘러, 어렸던 계집은 어느덧 완연한 여인이 되어 다시금 율을 마주한다. “자, 내 이름은 뭐지?” “……율. 염라대제, 율.”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내 것이 되면 된다. 그 순간이 언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