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없었지만, 결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그녀였다. 결혼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숨 막히고 싶지 않은 그녀였기에 매번 강제적으로 자신을 구속하려는 아버지 때문에 죽을 고비마저 몇 번 넘긴 그녀였다. 그리고 항상 눈 뜨면 그, 태준이 자신을 한심한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친구인 서태준. ER 파트도 아니면서 매번 그녀가 다쳐서 들어갈 때면 그가 옆에 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그녀였다. 힘겹게 눈을 뜰 때마다 매번 혀를 차며 자신을 비난하는 남자. 짜증을 내면서도 한번도 친구라는 끈을 놓지 않은 채 잡고 있는 자신도 한심하지만, 태준만은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에게 할애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